그런데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가장 큰 문제는 기술도, 예산도 아니다. 사람이 없다.
차량 사이버보안은 생각보다 새로운 직무다
기계 설계 엔지니어는 수십 년의 역사를 가진다. SW 개발자도 마찬가지다. 기능안전 엔지니어는 ISO 26262와 함께 성장해 온 긴 역사가 있다.
차량 사이버보안은 다르다. 많은 기업에서 전담 사이버보안 조직이 만들어진 것은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UNECE R155가 등장하기 전까지 보안 업무는 품질팀이나 SW팀이 겸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것이 지금 차량 사이버보안 인력 시장의 구조적 원인이다. 규제가 먼저 생기고, 조직이 만들어지고, 그 다음에야 인력 육성이 시작된다. 그 순서의 갭이 지금 업계가 겪는 현실이다.
IT 보안 전문가를 채용하면 해결될까
많은 기업이 처음에 이렇게 접근한다. IT 보안 인력을 뽑아서 차량 보안 업무에 투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가 생긴다.
실제로 웹 보안 전문가가 UDS Security Access를 처음 접하면 상당히 생소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ECU 개발 10년 경력자가 암호키 관리 체계나 PKI 인프라를 처음 설계해야 하는 상황도 마찬가지다.
IT 보안에서 "게이트웨이"는 네트워크 장비다. 자동차에서 "게이트웨이"는 CAN 네트워크 간 메시지를 중계하는 ECU다. IT에서 "펌웨어 업데이트"와 자동차의 "OTA 플래싱"은 프로세스와 보안 요구사항이 전혀 다르다. 두 세계는 같은 단어를 다른 맥락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 개발자를 보안 인력으로 전환하는 방법
현재 업계에서 가장 현실적인 접근이다. 기존 자동차 개발자 — ECU 개발자, 네트워크 엔지니어, 진단 담당자, AUTOSAR 엔지니어 — 에게 보안 역량을 추가로 교육하는 방식이다.
이 경로의 장점은 명확하다. 차량 구조에 대한 이해는 단기간에 습득하기 어렵다. CAN 네트워크가 어떻게 동작하는지, Gateway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UDS 진단 세션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 이런 지식은 이미 갖추고 있다. 여기에 보안 개념을 더하면 상대적으로 빠르게 실무에 투입될 수 있다.
OEM과 협력사가 겪는 고민은 다르다
인력 문제의 구조는 OEM과 협력사가 서로 다르다.
OEM은 장기적 체계를 고민하지만, 협력사는 당장의 프로젝트 대응이 먼저다. 같은 인력 부족이라도 문제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접근 방식도 달라야 한다.
결국 가장 부족한 것은 경험이다
ISO/SAE 21434 관련 교육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온라인 강의도 늘었고, 관련 세미나도 증가했다. 하지만 교육 이수자가 곧 실무 가능 인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TARA 방법론을 교육에서 배운 것과, 실제 OEM 프로젝트에서 TARA를 수행하고 심사를 받아본 것은 다르다. Cybersecurity Case를 작성하는 방법을 아는 것과, OEM이 실제로 어떤 수준의 문서를 요구하는지 경험한 것은 다르다. R155 형식승인을 교재에서 읽은 것과, 실제 인증 과정에서 당국의 질의에 대응해 본 것은 다르다.
그래서 업계에서 실제 경험이 있는 인력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계속된다. 경험 있는 엔지니어 한 명의 가치는 교육 이수자 여러 명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 역량 구분 | 교육으로 습득 가능 | 경험 없이는 어려운 것 |
|---|---|---|
| TARA 방법론 | 개념, 구조, 용어 | OEM별 요구 수준, 실제 산출물 품질 기준 |
| 21434 프로세스 | 표준 구조, 요구사항 내용 | 프로젝트에서의 실제 적용 범위 판단 |
| 보안 기술 | Secure Boot, HSM 개념 | 제약 환경에서의 실제 구현 트레이드오프 |
| 인증 대응 | R155, 21434 요구사항 숙지 | 실제 심사에서 당국·OEM 질의 대응 |
| 공급망 관리 | 개념적 이해 | 협력사별 수준 차이 파악과 실무 조율 |
요구되는 역량은 계속 넓어지고 있다
차량 사이버보안이 더 어려운 이유는 요구 역량의 범위 자체가 계속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명이 모든 영역을 깊게 다룰 수는 없다. 그래서 현실적으로는 조직 안에서 역할을 나누고, 각자의 전문성을 조합해서 커버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인력 기반이 필요하고, 그 기반이 아직 충분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AI Vehicle 시대에는 더 어려워진다
앞으로 상황이 나아지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차량이 SDV를 넘어 AI Vehicle로 진화하면서 요구 역량의 방향 자체가 바뀌고 있다.
🔧 현업에서 느끼는 변화들
Secure Boot를 도입하는 것은 비교적 쉽다. HSM을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위협을 분석하고, 보안 요구사항을 만들고, 공급망을 관리하고, 인증을 대응할 수 있는 인력을 키우는 것은 훨씬 어렵다.
차량 사이버보안의 다음 과제는 기술 도입이 아니라 사람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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