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개발이 거의 끝나갈 무렵, 갑자기 연락이 옵니다.
"보안 산출물 좀 만들어주실 수 있나요?"
이 업계에서 일하다 보면 한 번쯤은 겪는 장면입니다. 설계가 확정되고, 코드가 올라가고, 검증까지 마친 시점에 갑자기 사이버보안 얘기가 나옵니다. 대부분 규제 대응 때문입니다.
그리고 막바지에 터진 보안은
왜 실제로 차량을 더 안전하게 만들지 못할까요?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진다
개발이 사실상 완료된 상태에서 자기인증(VTA) 요건을 맞추기 위해 보안 산출물을 뒤늦게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있습니다. TARA도, 사이버보안 계획도 전부 사후 작성입니다.
이때 가장 큰 문제가 드러납니다.
설계 단계에서 보안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리 문서를 잘 만들어도 실제 보안 수준을 높이는 건 불가능합니다.
결국 그 항목들은 "Risk Acceptance" 처리되거나, 다음 모델에서 개선하겠다는 계획서로 마무리됩니다. 문서는 만들어졌지만, 차량이 더 안전해진 건 아닙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자동차 개발은 오랫동안 V-모델을 기반으로 해왔습니다. 기능 안전(ISO 26262)은 이 프로세스 안에 오래전부터 녹아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사이버보안은 달랐습니다.
ISO/SAE 21434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최근 몇 년이고, UN ECE WP.29 규제가 실질적인 강제력을 갖게 된 것도 2022년 이후입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조직에서 사이버보안을 "개발 끝나고 확인하는 것"으로 인식해왔습니다.
정의
설계
구현
테스트
산출물?
요구사항 단계에서 보안 요건이 정의되지 않으면, 설계에 반영될 수 없고, 구현에서 고려될 수 없습니다. 나중에 아무리 문서를 써도 이미 굳어버린 아키텍처는 바꾸기 어렵습니다.
막바지 보안 대응이 만드는 전형적인 문제들
ISO 21434가 말하는 것 — Cybersecurity by Design
ISO/SAE 21434는 명확하게 말합니다. 보안은 개발이 끝난 뒤 덧붙이는 게 아니라, 개념 단계부터 설계에 내재되어야 합니다.
| 개발 단계 | ISO 21434가 요구하는 보안 활동 | 타이밍 |
|---|---|---|
| Concept Phase | TARA 수행, Cybersecurity Goal 정의, CAL 결정 | 초기 필수 |
| System Design | 보안 아키텍처 설계, Cybersecurity Requirement 도출 | 초기 필수 |
| SW Development | Secure Coding, 보안 요구사항 구현 | 개발 중 반영 |
| Integration & Test | 보안 기능 검증, Vulnerability Test | 계획된 검증 |
| SOP 직전 | 산출물 정리, Pentest, Cybersecurity Case 완성 | 막바지만으론 불가 |
- 보안은 나중에 하면 된다
- SOP 앞에 산출물 만들면 된다
- Pentest 한 번 하면 끝이다
- 보안팀이 따로 처리한다
- Concept 단계부터 TARA 수행
- 보안 요구사항이 설계 제약으로 작동
- Requirement → Test Traceability 유지
- 개발팀과 보안팀이 함께 진행
문서로 Risk를 가리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건 규제 대응은 될 수 있어도, 실제 차량 보안은 아닙니다.
왜 바뀌기 어려운가
이걸 알면서도 왜 반복될까요. 이유는 구조적입니다.
막바지 보안이 반복되는 구조적 이유
마무리
차량 사이버보안이 막바지에 터지는 건
담당자의 문제가 아닙니다.
보안이 개발 프로세스 밖에 있는 구조의 문제입니다.
ISO 21434는 그 구조를 바꾸라고 요구합니다. Concept 단계부터 TARA를 하고, 보안 목표가 설계 제약이 되고, Requirement가 구현을 만들고, 검증이 그것을 확인하는 흐름.
보안을 막바지에 몰아서 처리해본 경험이 있다면 압니다. 그건 보안을 한 게 아닙니다. 보안을 한 것처럼 보이게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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