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155, 21434, 26262, CRA, 8800, 8475, 8477 — 어떤 것이 법이고, 어떤 것이 표준이고, 서로 어떤 관계인가. 이 글 하나로 전체 지도를 그려보자.
가장 먼저 — 법규와 표준은 다르다
모든 혼란의 출발점은 법규(Regulation)와 표준(Standard)을 구분하지 않는 데서 생긴다. 두 개념은 역할이 완전히 다르다.
전체 지도 — 한 번에 보기
개별 설명에 들어가기 전에 전체 구조를 먼저 보는 것이 빠르다.
UN R155 — 자동차 사이버보안의 출발점
UN R155는 현재 자동차 사이버보안 체계 전체의 시작점이다. UNECE(유엔 유럽경제위원회)가 제정했으며, 유럽을 중심으로 한국, 일본 등 대부분의 자동차 선진국에 적용되고 있다.
OEM은 차량 사이버보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CSMS(Cybersecurity Management System)를 구축하고 인증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CSMS 없이는 신차 형식승인이 불가능하다. 단순히 보안 기능을 탑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 체계 전체를 요구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R155가 요구하는 것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이렇다. "사이버보안을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인 프로세스로 운영하라." 개발 단계뿐 아니라 양산 이후 운행 중인 차량에 대한 취약점 모니터링과 사고 대응까지 포함한다.
ISO/SAE 21434 — R155를 달성하는 방법
R155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정의한다면, ISO/SAE 21434는 "어떻게 할 것인가"의 방법론을 제공한다.
법규
"무엇을"
표준
"어떻게"
보안요구사항
Cyber.Case
CSMS 인증
21434가 다루는 핵심 개념들은 자동차 사이버보안 프로젝트 어디서나 등장한다. TARA(위협 분석 및 리스크 평가), Cybersecurity Goal, 보안 요구사항, 검증(Verification), 확인(Validation), Cybersecurity Case — 이 모든 것이 21434 안에 정의되어 있다.
UN R156 — OTA 보안의 법규
R155와 항상 함께 등장하는 것이 UN R156이다. R155가 사이버보안 관리 체계를 다룬다면, R156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관리 체계(SUMS)를 다룬다.
ISO 26262 vs ISO/SAE 21434 — 혼동하면 안 되는 이유
실무에서 가장 자주 혼동되는 조합이다. 두 표준은 모두 자동차 ECU를 다루고, 모두 위험 분석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보는 관점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 구분 | ISO 26262 (기능안전) | ISO/SAE 21434 (사이버보안) |
|---|---|---|
| 핵심 질문 | 시스템이 고장나면 어떤 위험이 생기는가? | 공격자가 시스템을 어떻게 위협할 수 있는가? |
| 위험의 원인 | 우연한 고장 (Random Failure) | 의도적 공격 (Intentional Attack) |
| 분석 방법 | HARA (위험 분석·리스크 평가) | TARA (위협 분석·리스크 평가) |
| 등급 체계 | ASIL A ~ D | CAL 1 ~ 4 |
| 주요 산출물 | Safety Goal, Safety Case | Cybersecurity Goal, Cybersecurity Case |
| AI Vehicle에서 | AI 고장·오작동 안전 영향 | AI 시스템 공격·오남용 위협 |
CRA — 자동차 밖에서 오는 규제
CRA(Cyber Resilience Act)는 유럽연합이 제정한 디지털 제품 사이버 복원력 법이다. 자동차 전용이 아니다. IoT 기기, 네트워크 장비, 소프트웨어 제품, AI 시스템 — 디지털 요소가 포함된 거의 모든 제품이 대상이다.
자동차 부품 공급사 입장에서 CRA가 중요한 이유는 차량용 ECU, 모듈, SW 컴포넌트를 EU 시장에 공급하는 경우 CRA 요구사항을 만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R155는 OEM의 의무였지만 CRA는 공급망 전체에 적용된다.
8475, 8477 — 21434를 구체화하는 후속 표준들
21434는 프레임워크를 제공하지만 일부 영역은 실무 적용 수준의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피드백이 있었다. 이 공백을 채우기 위한 후속 표준들이 나오고 있다.
ISO/SAE 8475 — TARA에서 CAL(Cybersecurity Assurance Level)을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는지 구체화. 21434의 리스크 평가 방법을 더 명확하게 정의한다.
ISO/SAE 8477 — 차량 사이버보안 V&V 가이드. 어떤 시험 방법을 어떤 상황에 적용할지, OEM과 협력사 간 V&V 역할 분배를 어떻게 할지를 다룬다. 현재 Draft(CD) 단계다.
ISO/PAS 5112 — 21434를 어떻게 감사할 것인가
21434가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를 정의한다면, ISO/PAS 5112는 "그 개발이 제대로 됐는지 어떻게 감사할 것인가"를 정의한다. 같은 21434 기반이지만 역할이 다르다.
공식 제목: Road vehicles — Guidelines for auditing cybersecurity engineering (ISO/SAE 21434)
목적: 조직의 사이버보안 관리 체계(CSMS)가 ISO/SAE 21434를 제대로 따르고 있는지 감사(Audit)하는 방법론을 제공한다.
대상: OEM이 협력사 CSMS를 심사할 때, 또는 제3자 인증기관이 조직의 21434 준수 여부를 검증할 때 사용한다.
ENX VCS와의 관계: ENX VCS가 5112를 기반으로 구현된 공급망 통합 인증 체계다. 5112가 감사 방법론을 정의하면, ENX VCS는 그것을 자동차 공급망 전체에서 표준화된 방식으로 운영하는 구조다.
21434 → "이렇게 개발해라" / 5112 → "제대로 개발했는지 이렇게 감사해라" / ENX VCS → "그 감사 결과를 공급망에서 공유하는 체계"
실무에서 5112가 중요한 이유는 OEM 심사 기준으로 직접 활용되기 때문이다. OEM이 협력사 CSMS 심사를 할 때 5112의 감사 항목을 기준으로 질문지를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21434만 알고 5112를 모르면 실제 심사 준비에서 어느 항목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방향을 잡기 어렵다.
ISO/PAS 8800 — AI 시대의 새로운 레이어
기존 표준 체계는 Rule-Based 시스템을 전제로 만들어졌다. AI Vehicle 시대에는 이 전제가 흔들린다. ISO/PAS 8800은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해 등장했다.
시스템
고장 위험
외부
공격 위협
AI 판단
신뢰성
종합 안전
표준 간 관계 — 한 번에 정리
| 표준·법규 | 성격 | 핵심 질문 | 주요 산출물 | 적용 시점 |
|---|---|---|---|---|
| UN R155 | 법규 (강제) | 보안 관리 체계가 있는가? | CSMS 인증서 | 형식승인 전 |
| UN R156 | 법규 (강제) | OTA 업데이트를 안전하게 관리하는가? | SUMS 인증서 | 형식승인 전 |
| ISO/SAE 21434 | 표준 (사실상 필수) | 보안 개발 프로세스를 따랐는가? | TARA, Cybersecurity Case | 개발 전 주기 |
| ISO 26262 | 표준 (사실상 필수) | 기능 고장으로 인한 위험을 관리했는가? | Safety Case, FMEA | 개발 전 주기 |
| CRA | 법규 (강제, EU) | 출시 후에도 보안을 유지·관리하는가? | SBOM, VDP, PSIRT | 출시 전·후 전체 |
| ISO/SAE 8475 | 표준 | CAL을 어떻게 결정했는가? | CAL 결정 근거 | TARA 수행 시 |
| ISO/SAE 8477 | 표준 (Draft) | 보안 V&V를 어떻게 계획·수행했는가? | V&V 계획·결과 | 검증·확인 단계 |
| ISO/PAS 5112 | 표준 | CSMS가 21434를 제대로 따르고 있는가? | 감사 결과 보고서 | CSMS 심사 시 |
| ISO/PAS 8800 | 표준 (PAS) | AI 판단을 신뢰할 수 있는가? | AI 모델 검증 문서 | AI 시스템 개발 시 |
🔧 현업에서 느끼는 혼란들
표준 번호가 아무리 많아도 방향은 하나로 수렴한다.
R155는 왜 해야 하는지를, 21434는 어떻게 개발해야 하는지를, 26262는 고장으로부터 안전해야 함을, CRA는 출시 후에도 책임져야 함을, 8800은 AI 판단까지 신뢰할 수 있어야 함을 말한다.
자동차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진화할수록 이 표준들의 무게는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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